'얼굴' 안돼도 정상정복 희망의 증거이고 싶다

2021. 5. 21.scrap/인터뷰

[일간스포츠] 2005년 4월 25일

 

SG워너비 세 멤버 채동하 김용준 김진호(왼쪽부터)와 IS 맹준호기자(오른쪽 두번째)가함께 술잔을 기울였다.외모 중시의 연예계에서 노래로 성공을 거둔이들의 활짝 웃음은 울림이 있었다.김용근 기자

 

'SG'는 사이먼&가펑클 이니셜 '워너비'는 '되고 싶다' 의미죠

 

SG워너비. 처음엔 이름부터 이상했다. 'SG'는 미국 듀오 사이먼 앤드 가펑클의 이니셜이고, 워너비는 '되고싶다'는 뜻이라고들 했다.

 

채동하(24) 김용준(21) 김진호(19) 세 명으로 이뤄진 이 팀이 2004년 1월 '얼굴 없는 가수' 컨셉트로 가요계에 데뷔했을 때 그저 그런 팀이 또 나왔는 줄만 알았지만 데뷔 앨범의 타이틀 곡 가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면서 사람들은 SG워너비에 대해 궁금해하기 시작했다. 이 해 가을 SBS TV 드라마 <매직> O.S.T 수록곡 를 히트시키더니 연말 골든디스크 시상식을 비롯해 3개 시상식에서 신인상을 차지하면서 기존 대형 가수들을 위협하는 위치까지 성장했다.

 

그리고 지난 3월 23일 발표한 2집 앨범은 올 봄 가요 시장에서 가장 주목받는 음반이다. 출시 1달 만에 판매량 25만 장(소속사 집계)을 바라보고 있으며 온라인과 모바일에서도 오랫동안 1위를 지키고 있다. 그러나 노래의 인기에 비해 SG워너비가 어떤 팀인지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처음부터 얼굴 없는 가수 컨셉트로 등장해 방송보다는 음반과 콘서트를 위주로 활동했기 때문.

 

SG워너비를 일간스포츠(IS) '취중토크' 코너에 초대했다. 서울 강남구 신사동 마나 고깃집에서 소주를 마시며 세 젊은이가 살아온 얘기와 앞으로의 꿈을 들어봤다.

 

 

채동하 "3개월간 대인기피증 심했죠"

 

채동하는 "몸이 알코올을 전혀 분해하지 못한다"는 얘기부터 했다. 김용준과 김진호는 어느 정도 술을 마시는 타입이지만, 젊은 친구들이라 그런지 술을 조심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우선 SG워너비가 되기 전엔 뭘 했었는지 물었다. 알려진 대로 리더 채동하는 솔로 앨범을 내서 실패한 적이 있는 '중고 신인'이다.

 

채동하(이하 동하)=2000년 12월 31일, 대학(서울예대) 1학년 때였어요. 친구를 따라서 작곡가 김형석 씨에게 오디션을 보러 가서 얼떨결에 저도 노래 한 곡을 했죠. 2001년 1월 2일, 김형석 씨가 나와 보라는 전화가 왔어요. 얼마나 좋았는지….

 

채동하는 이때부터 김형석 씨 아래서 작곡 공부와 노래 연습을 시작한다. 원래 어릴 때부터의 꿈이 작곡가였다. '존경하는 인물'에게 작곡과 노래를 배우니까 뭐든 잘 될 줄만 알았지만 그렇지는 않았다.

 

동하=그러던 중 김형석 씨의 회사가 어려워졌어요.그러면서 제가 처치곤란이 된 겁니다. 그래서 소속사를 옮기고 우여곡절을 끝에 2002년 솔로 음반이 나왔어요. 좋은 음반이었는데, 완전히 망했죠. 지금도 그렇지만 그땐 제가 워낙 '어리버리'하기도 했고요.

 

채동하는 2002년 솔로 앨범에서 <글루미 선데이><차마> 등으로 방송활동도 하고 당시 유행하던 '짝짓기' TV 프로그램에도 나왔지만 결과는 '망한 신인가수'일 뿐이었다. 2003년에는 대인 기피증으로 3개월 간 집 밖에 한 발짝도 나가지 못하기도 했다고 했다.

 

동하=생각해 보세요. 다 큰 아들이 집에서 덜덜 떨면서 어머니에게 '콜라 사다 주세요, 사이다 사다 주세요'하고 있었어요. 하지만 대대적으로 망한 뒤에오기가 생겼어요. 그래 한 번만 더 해보자, 이런 거요.

 

채동하가 망한 얘기를 거의 마칠 무렵 김용준이 끼어들었다.

 

 

김용준 "세븐 친구라면 안믿었어요"

 

김 용 준(이하 용준)=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직원 식당이 생각납니다.'

 

빨간 모자 도우미'라고, 손님들 쇼핑 카트를 주차장까지 대신 옮겨주는 아르바이트를 할땝니다. 식사 시간 때 직원 식당에 가면 안양예고 동기 세븐이 TV에 그렇게 많이 나와요. '쟤, 내 친구야'라는 말이 목까지 나왔지만 참았어요. 안 믿을 테니까. 백화점 알바가 세븐 친구라고 하면 믿겠어요? 한 번은 친한 알바에게 세븐과 친구라고 살짝 말했더니 그 친구가 그러더군요. "세븐이 네 친구면 이효리가 내 부인이다."

 

김용준은 연예인이 되고 싶다는 생각에 무작정 안양예고에 진학했다.

 

당시 집안 형편이 어려워져 일반학교와는 달리 학기당 100만 원씩이나 하는 등록금과각종 과외비용을 친척집에서 대 줄 정도였지만 기회는 오지 않았다. 반면 동기인 세븐은 이미 YG엔터테인먼트에서 잘 나가는 연습생이었고, 고3 때 전학 온박한별은 이미 인터넷 얼짱으로 이름을 날렸다.

 

용준=안양예고 학생들은 연예인 시켜주겠다는 사람들의 유혹을 많이 받아요. 사기가 많죠. 한 번은 브라운아이즈의 나얼 앞에서 오디션을 받기도 했어요. 지금은 꿈만 같죠. 요즘은 제 친구들이 'SG워너비 김용준과 친구다'라고 하면 남들이 안 믿는대요. 하하하.

 

 

김진호 '노래짱 김진호 얼굴은 농부'

 

팀의 막내 김진호는 초등학교때부터 인터넷 노래 동호회 활동을 했다. 회사원들이 주축이 된모임이었는데, 김진호는 어린나이에도 가장 활발한 활동을 했다고 한다.

 

김진호(이하 진호)=중학교 2학년 때 아버지가 암으로 돌아가셨어요. 세무 공무원이셨는데요, 저녁 때 손님 만나러 가실 때 저를 꼭 데려가시곤 하셨죠. 지금 생각컨데 아버지는 제게 떳떳한 공직 생활을 한다는 걸 보여주려고 하셨나봐요. 아버지가 편찮으셨을 때도 저는'설마 우리 아버지가 돌아가실까' 하는 생각에 계속노래만 했어요.

 

김진호는 MBC 표준FM <별이 빛나는 밤에>이 '별밤 뽐내기' 코너 장원 출신이다. 장원이 된 뒤 학교에서는 '노래짱 김진호, 얼굴은 농부'라는 소문이 났다고 한다. 지금도 김진호는 얼굴이 썩 잘생긴 편은 아니다.

 

진호=어떻게 연줄이 닿아서 지금 소속사에 오디션을 보러 갔어요. 그때 강남이라는 곳을 처음 가봤어요. 완전히 다른 나라에 온 것 같았죠. 그래서 오디션때 노래를 제대로 못할 정도였죠. 오디션에서 노래를부르고 나니까 사람들이 그러는 겁니다. '눈이 안보여.' '피부는 왜 저래? 흑인이야?'

 

김진호는 가수를 안하면 안했지 성형수술은 안하겠다고 못박은 뒤 오디션을 끝냈다. 안 될 거라는 직감이 왔지만 밖에서 기다리는 어머니를 걱정시키기 싫어서 "오디션 잘 봤다"고 큰소리를 쳤다. 그로부터 3개월만에 소속사로부터 '해보자'는 연락을 받았다.

 

"우리 숨은 팬들은 형·누나 부대"

 

남들이 '대박 가수'라고 하지만, 아직 순수해보이기만 하는 이들. 스타가 된 기분을 물었다.

 

진호=지난해 연말 시상식에 선 뒤에야 비로소 실감을 했어요. 우리 노래를 좋아하는 사람이 많다는 걸 그때 알았죠.

 

용준=2집 앨범 판매량이 25만 장을 넘으면 여행을보내달라고 소속사에 요청했어요. 30만 장이 넘으면해외 여행을 가고 싶어요. 걱정이 많았었는데, 결과가 좋아서 다행입니다.

 

동하=저희 팬들은 숨어 있는 팬들입니다. 저희는10대 '오빠부대'들이 없어요. 형님 누님뻘 되는 분들이 숨어서 저희 노래를 좋아해주고 음반을 삽니다. 얼마나 고마운지 몰라요. 저도 그렇지만 요즘 주머니에서 1만 원 꺼내 쓰는 게 쉬운 일이 아니잖아요.

 

용준=네이버 토크광장이라는 코너에 어떤 분이 '내나이 서른 넘어 처음으로 좋아하게 된 가수가 SG워너비'라는 글을 올리셨더군요. 그 글을 읽고 눈물이 나왔어요. 고마움과 함께 일종의 책임감도 생기고요.

 

진호=저희는 이른바 '비주얼 가수'가 아니잖아요. 형들은 잘 생겼지만 저로 인해 안 되는 것도 있지요.하하. 아무튼 노래 하나로만 음반 판매 1위를 차지했다는 게 너무나 뿌듯해요.

 

3색 색깔 살리며 롱~~런하고 싶어요!

 

얘기를 나누다보니 시간이 꽤 지났다. 막내 김진호는 벌써 꾸벅꾸벅 졸기까지 한다. 마무리할시간. 젊은 나이에 성공을 맛본 세 명의 목표는 뭘까.

 

동하=전국 투어 콘서트를 통해 SG워너비의 이미지를 굳히고 싶어요. 공연장에서 보여주는 모습이 진짜 모습이거든요. 장기적으로는 개인의 역량을 더 키우겠습니다.

 

앞으로는 서로의 다른 색깔을 살리고 싶어요.

 

용준=저희처럼 비주얼이 안되는 팀도 나름대로 신선함이 있었나봅니다. 개인보다는 SG워너비라는 팀이 빛을 본 거라고 생각해요. SG워너비의 이름으로 롱런하고 싶어요.

 

진호=가수는 노래하는 사람이잖아요. 직업에 충실하고 싶어요. 엔터테이너가 아니라 노래하는 사람으로 충실한 삶을살고 싶어요.

 

술자리를 마치고 SG워너비 멤버들은 각자의 집으로 향했다. 노래를 위한 컨디션 조절에 유독 신경쓰는 이들. 5월에는 대학 축제 무대에 집중해서 선 뒤 29일부터 콘서트를 시작한다. 5월부터는 라이브 무대에 집중할 계획인 셈이다.

 

 

사진=김용근 기자, 취재=맹준호 기자

https://news.joins.com/article/20582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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