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 김현승

2023. 3. 7.

너를 잃은 것도

나를 얻은 것도 아니다

 

네 눈물도 나를 씻어주지 않았고

네 웃음이 내 품에서 장미처럼 피지도 않았다

 

그러나 그것도 아니다

 

눈물은 쉽게 마르고 장미는 지는 날이 있다

 

그러나 그것도 아니다

 

너를 잃은 것을

너는 모른다

 

그것은 나와 내 안의 잃음이다

그것은 다만

다시, 이선명

2021. 5. 28.

어떻게 불러야 하는지 잊어버렸다

더 크게 부를수록 고요해지는

거짓이 되어버린 말들과

그리움이 되어버린 시간들

 

불현듯 너는 떠났고

허락도 없이 그리움은 남았다

앉거나 걷거나 혹은 서 있을 때도

내 안에 투명한 방울들이 맺히고 있었다

 

산다는 것은 죽어가는 것이 되었고

기억하는 것은 떠난 것이 되어 있었다

내 삶에 낙서 되어버린 한 사람의 이름

어디로 가야 다시 도착할 수 있는 걸까

 

나는 물들기 쉬운 어리석은 사람

한 번의 입맞춤을 위해

힘없이 떠나보낸 시간들을 기억해본다

쓸쓸히 왔던 길은 돌아서듯 너를 생각한다

 

내가 알고 있는 것이 혹 당신이 아니라는 착각

하지만 그래도 후회할 수 없다

뼈가 부서지도록 아픈 이름을 안고

너라는 끝없는 절망을 시작했다

그래도, 사랑, 장현주

2021. 5. 15.

'그렇게 될 일은 기어이 그렇게 되고
그렇게 되지 않을 일은 기어이 그렇게 되지 않으니
복잡해지지 말자'

그러나 잠은 쉽게 오지 않았다.
오늘따라 창밖에 가로등이 너무 밝아서라고
스스로에게 변명했지만

마음은
쉽게 속지 않았다.

오랜 동거, 김주대

2021. 5. 15.

눈이 너의 따스한 피부를 만진다
눈을 통해 너의 까슬까슬한 슬픔과
아득한 넓이를 감각한다
너를 본 감각들은 고스란히 몸에 쌓여
몸이 움직일 때마다 달그락거리기도 하고
출렁거리기도 한다
너를 생각한다는 것은 내가 길을 걸을 때
몸 안의 네가 소리를 내며 흔들린다는 것이다
너는 어쩔 수 없이 눈으로 들어와
갈 데 없이 내가 된 감각
습관화된 나다
이것은 집착이 아니라 몸이 이룩한 사실이다
너는 사라질 수도 떠날 수도 없다
myosk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