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만 같은 2005년 "우리 너무 행복한거 아냐?"

2021. 5. 10.scrap/인터뷰

[일간스포츠] 2005년 12월 12일

 

사진찍기를 무척이나 어색해하는 이들이 모처럼 활짝 웃었다. 2005년 최고의 한해를 보내고 있는 SG워너비 멤버들. 왼쪽부터 김진호 채동하 김용준.

 

제20회 골든디스크 대상 SG워너비

 

"뒤풀이는 전국투어 콘서트 뒤로 미뤘다. 많은 사랑을 받은 2005년 한해를 마지막까지 좋은 음악으로 보답하고 싶다."

 

제20회 골든디스크 대상 수상의 기쁨도 잠시, 연일 이어지는 바쁜 스케줄 가운데에서도 연말 계획된 콘서트 준비에 여념이 없는 SG원너비(채동하.24, 김진호.19, 김용준.21)는 시상식이 끝난 지난 7일 밤 거창한 뒤풀이도 없이 멤버들끼리 간단히 삼겹살로 늦은 저녁을 먹으며 수상의 감격을 나눠가졌다.

 

"아침에 일어나 신문을 보니 눈물 흘리며 앙코르곡을 부르는 사진이 1면에 났더라. 당시엔 몰랐던 감정이 갑자기 복받쳐올라 그때야 비로소 실감이 났다"는 이들은 너무나 특별했던 2005년을 의외로 담담하게 보내고 있다.

 

말도 안 된다고 했던 상상이 현실로 이루어졌다.

 

SG워너비는 작년 제19회 골든디스크 신인가수상을 수상한 뒤 대상을 수상한 이수영을 보면서 "내년에는 우리도 대상을 받아보았으면 좋겠다"는 얘기를 했다. 하지만 스스로 '말도 안 되는 소리'로 일축하곤 까맣게 잊고 있었다. 그런데 올해 현실이 되어버렸다.

 

골든디스크 대상 외에도 5일 베스트드레서 가수부문 상을 받고 8일에는 외신기자들이 주는 상과 9일 국회 대중문화&미디어 시상식에서도 대상을 수상하는 등 일주일 동안에 4개의 상을 수상하며 연말 시상식을 싹쓸이하다시피 하고 있지만 아직도 실감이 나지 않는다고 한다.

 

김용준은 "아직 얼떨떨할 뿐이다. 골든디스크 대상을 받을 때에도 나중에 집에서 혼자 생각하면서 지내온 시간을 떠올리니 그제서야 감격이 오더라"고 말한다.

 

재작년 멤버들이 처음 만나 데뷔앨범을 발표하고 쉼없이 달려왔던 두 해 동안, 음악만을 생각했고 하고 싶은 노래를 할 수 있어 행복했다. 갑작스럽게 쏟아진 많은 사랑과 팬들의 관심에 처음 어색했던 기분은 이제 서서히 공인이 되었다는 기분과 함께 '가수가 노래만 잘해야 가수가 아니다. 앞으로 할 일이 참 많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올 초 2집 앨범을 준비하면서 애써 외면하려고 했지만 주위에서 들리는 '2년차 징크스'라는 말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었다. 걱정도 많이 되었고 그래서 작사 작곡에도 참여하게 되었다. 앨범이 나왔을 때 많은 노력을 한 만큼 서로에게 만족했고 그것이 많은 사랑을 받게 된 이유가 되었다고 여기고 있다.

 

SG워너비의 힘은 사랑하는 가족

 

아직 젊은 나이이지만 SG워너비는 누구보다도 가족이 주는 든든함을 잘 알고 있다.

 

리드보컬 김진호는 예전 가수보다는 공부를 하길 원했던 어머니를 떠올렸다. 중 2 때 암으로 돌아가신 아버지의 몫까지 자신을 지켜주던 어머니. 대상을 받던 날 전화 속에서 아무말도 못하고 울기만 하시던 어머니 얘기를 하면서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두 분 모두 뒤늦게 공부를 하셨다. 아버지는 마흔 넘어 고등학교 대학교를 마치고 세무사로 일하시다 돌아가셨고, 어머니 역시 아버지의 격려로 뒤늦게 고등학교 졸업장을 받으셨다. 두 분의 모습을 보면서 많은 것을 배웠는데, 아버지께서도 이렇게 큰 아들의 모습을 보면 무척 기뻐하실 것"이라고 말한다.

 

김용준은 맞벌이를 하시는 부모님과 떨어져 할머니의 품에서 컸다.

 

어려서는 부모님과 함께 있는 아이들을 보면서 그렇게 부러워했었는데, 이제는 몸이 편찮아 움직이기조차 힘들어하시는 할머니의 모습에 가슴이 너무 아프다고 한다. "날씨가 따뜻해지면 할머니를 제가 노래하는 콘서트장에 꼭 모시고 싶다."

 

채동하 역시 어려서부터 유난히 자신을 귀여워해주신 이모 생각을 떠올렸다.

 

지금은 병 때문에 강원도에서 요양 중인 막내이모는 자식 같은 조카가 힘든 연예인 생활을 하는 모습이 안쓰러워 처음엔 무척 말렸다. "수상 소식을 듣고 울먹이며 전화를 해주신 이모의 목소리에 함께 눈물을 흘렸다."

 

다시 처음으로

 

유난히 남성 보컬그룹이 많이 등장했던 올해였다.

 

'제2의 SG워너비'에서 '여자SG워너비'까지 '워너비(WANT TO BE)'를 꿈꾸는 많은 이들에게 SG워너비는 이제 꿈이 됐다. 처음 이들이 사이먼과 가펑클을 꿈꾸었듯이.

 

"재미있고 민망하기도 하다. 한편 책임감도 느끼고 긴장된다"는 이들은 특별한 실력보다는 자신들의 음악을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한국인의 정서를 담고 있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이 같은 팬들의 공감이 많은 사랑을 주었고 결국 팬들에게 SG워너비만의 색깔이 담긴 음악으로 보답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그를 위해 앞으로도 라이브 무대에서 자신들의 음악을 들려주고자 한다.

 

25일 서울 잠실 실내체육관에서 김종국 바이브 MTOM과 함께하는 빅4콘서트 외에도 내년 1월까지 이어지는 전국투어 콘서트가 계속 진행된다.

 

"콘서트에서 실패나 야유는 두렵지 않다. 끊임없는 연습과 무대 위에서 어느 순간 '내가 늘었구나'하는 느낌을 받을 때 스스로 만족하게 된다"고 콘서트의 매력을 말한다.

 

내년 봄을 목표로 3집을 준비하고 있는 SG워너비는 처음 데뷔시절 하루 종일 지하 연습실에서 보냈던 시간으로 돌아갈 생각을 하고 있다. 서로에게 "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지켜보고 있다. 그동안 잘 해온 것만큼 변치 말고 지내자"고 다짐한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한마디는 맏형 채동하가 덧붙인다.

 

"좋은 가수보다도 먼저 좋은 사람이 되자."

 

 

글.사진=김민규 기자 <mgkim@ilgan.co.kr>

https://news.joins.com/article/20970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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