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G워너비 "한(恨) 담아 부르려 노력했다"
2021. 5. 15.scrap/기사
[연합뉴스] 2007년 4월 5일
국악 접목한 '아리랑' 수록한 4집 발표
3인조 남성 그룹 SG워너비는 최근 한국 대중가요의 '화두'다. 자신들이 원하든 원치 않든 수많은 '복제품'을 만들어내며 트렌드의 중심에 섰기 때문이다. 음반도 발매하는 족족 수십만 장을 팔아치우며 최악의 불황기 속에서 '대박 행진'을 이어간다.
발라드보다 약간 빠른 미디엄 템포와 감정의 기교가 듬뿍 실린 특유의 '소몰이 창법'은 이들의 '트레이드 마크'. '내 사람' '웨딩(Wedding)' 등이 담긴 3집부터는 이 같은 창법과 음악 스타일에 변화를 주며 폭을 넓혀가고 있다.
최근 작업을 마친 4집 '더 센티멘탈 코드(The Sentimental Chord)'는 이들이 시도한 변화의 결정체라고 할 수 있다. SG워너비 고유의 장점 위에 국악, 모던 록 등이 정교하게 어울렸다.
◇국악과의 적극적인 만남
'내 사람'을 작곡한 조영수가 작곡한 타이틀곡 '아리랑'은 국악과의 접목을 시도했다. 단순히 국악을 양념으로 가미한 것이 아니라 국악 리듬과 악기를 전체의 바탕에 깔고 SG워너비의 목소리를 그 위에 얹었다.
장구가 인트로를 장식한 후 굿거리 장단에 맞춰 애절한 가사의 보컬이 흐른다. 장구가 드럼, 가야금이 베이스 노릇을 하는 격이다. 여기에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등 서양악기와 국악인 박애리 씨의 '소리'가 곳곳에 더해져 독특한 맛이 탄생됐다.
"이 같은 국악 스타일이 트렌드가 될 것 같지는 않지만 저희는 SG워너비의 색깔에 변화를 주고 싶었습니다. 곡을 받았을 때 아주 신선한 느낌이었죠. 너무 실험적이지 않느냐는 말을 하는 분도 있지만 우리는 이 음악이 좋고 또 자신도 있어요."(김용준, 이하 준)
"작곡가께서 전통적인 한(恨)의 감정을 넣어달라고 주문하셨어요. 생소한 국악 박자에 그런 감정을 실어 부르려 했는데 쉽지 않았죠."
정통 발라드곡인 '가시나무새'에도 해금이 사용됐으며, 김도훈이 작곡한 '은(恩)'에는 현악 연주와 랩 피처링을 도입했다. 특히 '스테이(Stay)'는 이들이 한번도 해보지 않은 모던록 스타일이며, 핑클 출신 옥주현과의 듀엣곡 '한여름날의 꿈'도 싣는 등 앨범 곳곳에서 변화를 위한 몸짓을 느낄 수 있다.
이들이 어느 때보다 과감하게 새로운 음악적 도전을 할 수 있었던 것은 데뷔 후 처음으로 앨범 프로듀싱에 멤버가 직접 참여했기 때문. 멤버는 선곡 과정에 적극적으로 의견을 냈고, 프로듀서로도 이름을 올렸다.
"예전처럼 곡만 받아서 노래를 불러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선곡에 적극적으로 참여했죠. 이어지는 느낌으로 전곡을 들을 수 있도록 꾸몄습니다. 사실 1, 2집 때는 중간에 튀는 곡도 있고 깔리는 곡도 있었죠.(채동하, 이하 채)
◇변화의 기로에 선 '소몰이 창법'
특유의 '소몰이 창법'에도 변화를 줬다. 김용준은 "예전 같으면 감정적으로 터트릴 수 있는 부분에서도 느낌을 죽여 참았다"고 표현했다.
SG워너비 창법의 핵을 쥐고 있는 김진호는 "앨범을 거듭 내면서 이제는 노래를 해석하고 부를 수 있게 됐다"면서 "이제는 억지로 소몰이 창법으로 부르려고 해도 안 어울리는 부문에서는 절대 나오지 않으며, 어울리는 부분에서는 나도 모르게 나온다"고 설명했다.
'소몰이 창법'은 국내 대중가요계의 큰 유행이자 동시에 일부 가수들로부터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지나치게 기교와 감정에 치우친다는 것.
이에 김진호는 "사실 우리는 누구를 모방한 것이 아니라 가던 길을 갔을 뿐인데 따라오는 사람이 많다보니 질린다는 이야기를 듣게 된 것"이라고 전제한 뒤 "'소몰이 창법'이라는 말이 나왔다는 것은 그만큼 우리 음악을 듣는 사람이 많다는 이야기이기 때문에 감사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채동하는 "이런 지적 때문에 진호가 목소리를 너무 절제하려 해 '네 목소리를 버리지 말라'고 조언한 후 재녹음한 곡도 있다"면서 "창법보다 감정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각자의 색깔을 버리지 않은 채 조화를 이뤄가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기타-팀워크, 일본 그리고 이효리
이들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는 스케줄 때문에 거의 항상 함께 다니다보니 두터운 친분이 쌓인 지 이미 오래다. 여기에 이들만의 독특한 유머와 게임으로 팀워크을 다져가고 있다.
"사물을 엉뚱한 것에 빗대 말한 후 우리끼리 깔깔대고 웃죠. 우리만 이해하는 유머 코드가 있어요. 또 진호와 저는 플레이스테이션2 등 게임을 좋아해서 함께 즐겨요."(준)
아울러 이들은 내년께 일본 진출을 추진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연말까지 활동한 후 일본에서 음반을 발매할 예정이다.
한편 이들은 지난해 말 자신들의 소속사(엠넷미디어)로 옮겨 온 가수 이효리와 끈끈한 친분을 과시하고 있다. 술자리 등을 함께 하며 서로의 고민을 털어놓는 사이로 발전했다. 이효리는 최근 '새벽 2시에 달려와 고민을 상담해 줄 동료'로 이들을 꼽은 바 있다.
"예전에 잘 모를 때는 신비함만 느꼈는데 친하고 나니 성격이 무척 털털하고 좋은 분이라는 것을 알게 됐어요. '힘들다'고 문자를 보내면 '나는 죽을 것 같다'고 답을 보내 우리의 말문을 막죠. 편하게 사적인 이야기를 나누는 선후배 사이입니다."(채)
cool@yna.co.kr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001&oid=001&aid=0001914260